애니메이션 '코코'는 2017년 가을에 개봉한 Pixar Animation Studios(디즈니 픽사)의 3D 뮤지컬 판타지 애니메이션입니다.
제75회 골든글로브상 애니메이션상을 수상, 제90회 아카데미 시상식 장편 애니메이션상과 주제가상을 수상하였습니다.
애니메이션 '코코' 는 다채로운 멕시코 문화를 생생하게 보여주고 있는데요. 특히 가족의 사랑이 핵심 주제가 됩니다.
'가족'은 실제로 멕시코 문화를 이해하는데 가장 중요한 키워드 중 하나입니다. 그것을 가장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예는 세상을 떠난 사람을 기리는 멕시코의 휴일 'Día de los Muertos(죽은 자의 날)'입니다. 11월 1일과 2일에 열리는 이 행사는 멕시코인들이 죽은 후에도 가족 간의 유대를 얼마나 소중히 여기는지를 보여주는 의미 있는 날이며, 이 아름다운 전통은 문화적 가치를 인정받아 2008년에 유네스코 인류무형문화유산으로 등재되었습니다.
애니메이션 '코코'는 이 '죽은 자의 날' 을 배경으로 한 환상적인 스토리입니다.
애니메이션 '코코' 줄거리
멕시코 작은 시골 마을에 멋진 음악가를 꿈꾸는 소년 미구엘로부터 이야기는 시작됩니다.
미구엘의 집안은 과거에 고조할아버지가 음악을 위해 아내(미겔의 고조할머니)와 딸 코코(미겔의 증조할머니)를 버리고 가족을 떠났는데, 그 이후 집안에서는 음악을 금지하게 됩니다.
미구엘은 자신이 제일 좋아하는 가수인 델라크루즈의 음악을 들으며 남몰래 음악에 대한 꿈을 키웁니다. 그러던 어느 날 미구엘은 자신과 델라크루즈 사이의 연결 고리를 알게 됩니다. 그 과정에 미구엘은 우연히 죽은 자의 세계로 들어가게 되는데, 죽은 자의 세계에 들어간 미구엘은 죽은 가족(조상)들의 영혼과 만나게 됩니다. 그곳은 빛나는 금잔화 꽃잎, 다채로운 해골, 떠다니는 알레브리제(영혼 동물)로 가득 찬 이 신비롭고 활기 넘치는 죽은 자의 세계입니다.
미구엘은 그곳에서 뜻밖의 친구를 만나게 되는데 그의 이름은 헥토르. 그 둘은 함께 죽음의 세계를 돌아다니며 오랫동안 숨겨져 있던 가족의 비밀을 밝히고 가족과 추억의 진정한 의미를 발견하게 됩니다.
산 자와 죽은 자가 만나는 특별한 날
'죽은 자의 날(Día de los Muertos)' 동안 가족들은 함께 모여 조상과 사망한 가족을 기억하고 기념합니다. 그들은 집이나 묘지에 제단을 만들고, 사진, 메리골드 꽃(cempasúchil), 양초 및 고인의 개인 물품으로 장식합니다. 또한 이 기간 동안 자신의 영혼이 산 자의 세계로 돌아와 가족과 함께 있다고 믿고, 세상을 떠난 사랑하는 사람이 좋아하는 음식과 음료를 준비합니다. 유교의 제사와 비슷한 개념입니다.
죽은 자의 날을 기리는 멕시코인들의 문화를 보면 매우 공동체적인 특성을 느낄 수 있습니다. 가족에 대한 친밀감, 연대의 중요성을 강조하는 멕시코의 핵심 가치인 가족주의의 예입니다. 가족들이 죽은 사랑하는 사람을 기억하는 이 축하 행사가 그토록 특별한 이유는 이 날이 애도의 시간이 아니라 세상을 떠난 가족과의 즐거운 만남의 날로 여겨지기 때문입니다. 가족들은 몇 주 동안 축하 행사를 준비합니다. 이 전통은 여러 세대에 걸쳐 전해지고 있으며, 이는 가족의 유대가 죽음을 초월한다는 생각을 반영하며, 떠나보낸 이들을 마음 가까이에 두는 방법이기도 합니다. 죽음조차도 사랑, 존경, 기억(추억)을 끊을 수는 없기 때문입니다.
애니메이션 '코코' 의 메인 테마 곡 'Remember me. (기억해 줘)'는 이런 문화를 잘 반영하여 만든 곡이며, 제 75회 골든글로브 시상식에서 애니메이션상과 주제가상 2개 부문에 노미네이트될 정도로 완성도 높은 곡입니다.
멕시코인들의 가족 사랑
멕시코인들이 가족을 얼마나 소중히 여기는지 보여주는 사례는 일상생활에서도 찾을 수 있습니다. "La Reunión Familiar"로 불리는 일요일 가족 모임의 전통이 바로 그것입니다. 많은 멕시코 가정에서는 매주 일요일 대가족이 함께 모여 식사를 즐기는 것이 오랜 전통인데, 주로 조부모, 숙모, 삼촌, 사촌, 심지어 가족의 일부로 간주되는 가까운 가족과 친구까지 포함하여 여러 세대를 한 지붕 아래로 모으는 소중한 행사입니다.
멕시코인들의 가족 중심의 큰 행사의 또 다른 예로는 소녀의 15번째 생일을 기념하는 축하 파티도 있습니다. 어린 소녀에서 여성으로의 전환을 상징하는 이 행사는 단순한 생일 파티가 아닙니다. 이것은 준비 기간만 해도 수개월, 그리고 대가족 전체가 참여하는 매우 중요한 가족 행사입니다. 축하 행사에는 일반적으로 가톨릭 미사와 같은 종교 의식이 포함되며, 이어서 가족, 친구, 음식, 음악, 춤이 함께하는 축제 리셉션이 이어집니다.
가족에 대한 이러한 결속력은 코로나19 팬데믹 기간에도 강하게 표현되었는데, 사회적 거리 두기가 필요한 상황에서도 많은 멕시코의 가족들은 수시로 화상 통화를 통해 가족의 안부를 묻거나 요리를 만들어 집 앞에 직접 가져다주거나 하는 식으로 친밀감을 유지하려는 노력을 계속하고 있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이러한 모든 것은 멕시코 문화에서 가족이 얼마나 중요한지에 대해 잘 설명해 줍니다.
멕시코 문화를 생생하게 구현하기 위한 제작진의 노력
멕시코의 문화를 생생하게 전달하기 위해 감독과 제작진들은 2년간 멕시코 전역을 여행하며 오악사카, 과나후아토 등의 도시를 방문하고 전통 건축부터 민속 예술까지 모든 것을 연구했고, 특히 '죽음의 날' 축제 기간 동안 볼 수 있는 다채로운 묘지 장식, 설탕 두개골, 종이 장식물 등에서 깊은 영감을 받았다고 합니다.
또한 제작팀은 문화 고문 및 역사학자와 협의하여 캐릭터의 의상부터 음악까지 모든 세부 사항이 멕시코 유산을 정확하게 반영하려고 노력했습니다. 또한 전통 마리아치와 민속음악이 돋보이는 영화의 사운드트랙은 멕시코 음악가들이 작곡해 진정성을 더했습니다.
애니메이션에서는 멕시코의 문화적 뉘앙스와 느낌을 최대한 살리기 위해 영어를 사용하면서 중간중간 스페인어 문구를 사용하고 있는데, 이것에 대해 대중의 반응은 큰 차이를 보입니다. 멕시코 문화를 조금은 더 이해할 수 있었다. 영화에 보다 몰입할 수 있었다는 의견과 오히려 방해가 되었다는 의견으로 갈리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개인적으로는 그것으로 인해 따뜻한 가족애가 보다 잘 표현되었다는 생각을 했고, 멕시코 전통을 정중하게 전달하였다는 점에서 감동이 더 컸다는 견해입니다.
삶과 죽음에 대한 고찰, 가족의 의미
'코코'는 삶과 죽음이라는 주제를 심오하게 다루고 있습니다. 이는 많은 문화권, 특히 아시아권에서는 종종 두려움이나 불편함으로 여겨지는 주제입니다. 그러나 죽음의 신의 관점에서 볼 때 죽음은 끝이 아니라 연속, 또는 또 다른 시작입니다.
'우리가 사랑하는 모든 사람은 기억되는 한 결코 진정으로 사라지지 않는다.' 이러한 믿음은 다양한 영적, 종교적 가르침과 일치합니다.
영화에서 사후세계는 영혼들 역시 산자와 마찬가지로 공동체를 이루며 계속해서 살아가는 활기찬 곳으로 묘사되고 있습니다. 죽음은 끝이 아니라 계속되는 것입니다. 이는 영혼불멸을 강조하는 많은 종교적 신념과 일치합니다.
또한 '코코'는 가족의 의미와 용서의 중요성을 주제로 다루며 부모와 조상을 공경하는 성경적 원칙을 보여줍니다.
'죽음의 날' 제단에 사진을 올려놓는 행위는 죽은 자를 위해 기도하는 기독교 관습과 유사하며, 조상이 좋아하는 음식을 올리며 절을 하는 유교의 제사와도 유사합니다.
사랑하는 사람 또는 조상과의 연결이 물리적 세계를 초월한다는 믿음을 그러한 행위를 통해 보여줍니다.
애니메이션 '코코'는 인간의 탄생과 죽음 그 삶의 모든 여정을 자연스럽게 받아들여야 한다는 점을 일깨워 줍니다. 우리보다 앞서 살았던 선조들을 기억함으로써 우리는 그들의 영혼을 살아 있게 하고 그들이 우리에게 물려준 사랑, 희생, 가치를 기억하게 됩니다.
삶과 죽음에 대한 이러한 영적인 관점은 '코코'를 단순히 감동적인 가족 영화를 넘어 삶과 죽음 그 외의 많은 것을 생각하게 하는 매우 큰 예술적 가치를 가지고 있다는 생각이 듭니다.
영화 코코를 보고 나니 멕시코가 더욱 궁금해지네요. 언젠가 꼭 한번 가보고 싶은 나라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