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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울'을 통해 보는 몰입과 행복의 연관성

by zeizeibliss 2025. 2. 13.

애니메이션 소울 포스터
애니메이션 소울 포스터 [출처]로튼 토마토

인간이 지구에 오기 전에 영혼들이 머무는 '생전(生前) 세계'이 있다면? 에서 시작된 흥미로운 애니메이션 '소울(Soul)'을 소개합니다. 
 

'소울(Soul)'의 줄거리 (결말 포함)

뉴욕에서 중학교 음악 선생님으로 일하고 있는 조가드너, 중학생들을 가르치는 일은 피곤하기만 하고 보람이 없습니다. 여느 부모님처럼 조의 어머니는 안정적인 직장을 두고 딴짓(공연)에 한눈을 파는 아들이 못마땅하기만 합니다. 어느 날, 옛 제자였던 컬리의 소개로 조는 동경하던 밴드의 피아노 연주자로 오디션을 보게 되는데, 모두를 놀라게 한 그의 실력. 그는 합격의 기쁨에 취해 뉴욕 거리를 활보하는데, 정신을 못 차리고 들떠 있는 기분에 주변을 살피지 못하고 여러 번 위험에 처하게 되는데, 죽을 위기를 몇 차례 무사히 넘기는가 싶더니 결국 맨홀에 떨어져 죽고 맙니다. 그리고 눈을 떠보니 그곳은 저세상. 죽음을 맞이하는 이들의 행렬에 서게 된 가드너는 겨우 밴드에 들어가 공연을 하게 되었는데, 이렇게 죽을 수는 없다며 죽음을 거부하며 도망을 치다 '태어나긴 전 세상(Great before)'으로 떨어지고 맙니다.
그곳은 인간으로 태어나기 전 어린 영혼들이 자신의 정체성을 형성하기 위해 멘토로부터 많은 지식을 체득하고, 결국 내가 가장 좋아하는 것(삶의 목적)을 찾는 곳. 삶의 목적을 찾은 영혼은 비로소 지구로 내려갈 수 있는데, 조는 얼떨결에 영혼들에게 도움을 주는 멘토 역할을 맡게 됩니다. 조에게 맡겨진 영혼은 그곳의 가장 큰 문제아인 '22번' 입니다. 22는 이제껏 여러 위인들을 멘토로 거쳤지만 지구로 내려갈 마지막 단계인 '불꽃(삶의 목적)'을 발견하지 못했고, 삶에 대한 욕구도 전혀 없는 영혼입니다. 그런 22에게 조는 불꽃을 찾아주고, 배지가 나오면 22번 대신 본인이 지구로 가겠다 계획을 세웁니다. 그러나 조가 아무리 애를 써도 22는 여전히 불꽃을 발견하지 못합니다. 그러다 조와 22 '어둠의 구역' 이라는 곳으로 가게 되는데, 그곳은 무언가에 깊게 몰입한 사람의 영혼이 오는 곳입니다. 그중에는 목적 없이 몰두하며 떠도는 길 잃은 영혼도 있는데, 그 영혼을 구제해 주는 역할을 하는 문윈드 선장을 만나게 됩니다. 문윈드 선장은 조의 사정을 듣고 조를 지구로 보내주기로 하는데, 그만 조와 22는 동시에 지구로 떨어지게 되었고, 조의 영혼은 치료용 고양이 몸으로, 22의 영혼은 조의 몸으로 들어 가게 됩니다.
그렇게 조의 몸을 빌려 지구의 삶을 접한 22는 삶이 주는 기쁨을 느끼게 되고, 다시 몸을 뒤찾고 싶은 조(고양이의 몸)는 길가에서 무아지경에 빠져 간판을 돌리는 호객꾼 문윈드를 찾아가 다시 한번 부탁하게 됩니다. 하지만, 약속한 그 날이 오자, 22는 불꽃을 찾을 수 있을 것 같다며 '태어나기 전 세상'으로 돌아가는 것을 거부하고 도망칩니다. 하지만 조는 22에게 "너가 느낀 감정은 '조'라는 인간으로 살 때의 '조'의 감정이지 네가 느낀 감정이 아니야"라며 22의 감정을 무시합니다.
한편 '태어나기 전 세상'에서는 조의 행각이 들통나게 되고, 관리자인 '테리'가 조를 붙잡는 과정에서 22도 함께 끌려가게 됩니다. '태어나기 전 세상' 으로 돌아온 22는 지구에서 이미 느끼게 된 마음의 불꽃으로 인해 가슴에 지구통행증 배지가 생겼고, 22는 자신의 배지를 조에게 던져 버리고는 어디론가 사라집니다.
다시 지구에 온 조. 공연에서 최고의 연주를 선보이고 모두의 찬사를 받습니다. 꿈에서 그토록 그리던 경험을 하게 된 조입니다. 하지만 어째서인지 생각만큼 만족스럽지 않고, 알 수 없는 실망감을 느낍니다. 집으로 돌아온 조는 양복 주머니에 한가득 들어 있는 물건들을 테이블 위에 꺼내 놓게 되는데, 그것은 22가 조의 몸으로 살았을 때 모았던 사소한 것들. 그러나 그것을 바라보던 조는 삶 자체에 기쁨을 느끼던 22의 모습을 떠올리게 됩니다. 그리고 큰 결심을 하게 됩니다. 조는 바로 피아노를 연주하기 시작합니다. 그리고 점점 무아지경에 빠지는 조. 그렇게 어둠의 구역으로 돌아간 조는 22가 길 잃은 영혼이 되어 무시무시한 괴물의 모습으로 떠도는 것을 발견하게 됩니다. 조를 보고 도망치는 22. 하지만 조는 포기하지 않고 따라가 진심어린 사과를 합니다. 그리고 22가 소중하게 챙겨두었던 '단풍나무 씨앗'을 보여줍니다. 그리고 거대한 콘크리트 덩어리처럼 딱딱하게 굳어 버렸던 22는 본래의 모습을 되찾게 됩니다. 조는 22에게 배지를 돌려주고, 지구로 향해 몸을 던지는 22를 배웅해 주면서 이야기는 마무리됩니다. 
 

몰입과 강박의 차이

무언가에 흠뻑 빠져 심취해 있는 무아지경의 상태를 ‘몰입(flow)’이라고 합니다. 몰입의 개념을 처음 말한 학자는 칙센트미하이(Mihaly Csikszentmihalyi)인데, 그는 몰입을 하면 ‘물 흐르는 것처럼 편안한 느낌’, ‘하늘을 날아가는 자유로운 느낌을 느낄수 있다'라고 설명했습니다. 그러고 보면 애니메이션 소울의 제작진은 주인공 '조'가 몰입의 상태에 있을 때를 아주 적절하게 잘 표현해 냈다는 생각이 듭니다. 어쨌든 몰입의 상태에 들어간 조는 '무언가에 깊게 몰두한 사람의 영혼들이 모이는 곳'으로 가게 됩니다. 이것은 '올바른 몰입' 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올바른 몰입은 진정한 성취감을 느끼게 해주며, 영혼에 자유를 줍니다. 하지만 조의 영혼이 도착하게 된 그곳은 그런 자유로운 영혼만 있는 것은 아니고, 방황하고 있는 '길 잃은 영혼'들도 있었습니다. 같은 몰입의 상태에 있는 영혼인데, 한 쪽은 편안하며 자유롭고, 다른 한쪽은 자신을 커다란 콘크리트 덩어리 속에 가둔 채 여기저기 헤매고 돌아다닙니다. 이 둘은 어떤 차이가 있을까요?   
목표를 위해 과몰입하다 보면, 그것은 곧 집착과 강박이 되어 자기 자신을 괴롭히게 됩니다. 그러다 지쳐 번아웃 증후군에 빠지게 되고, 그렇게 번아웃에 빠진 영혼들은 스스로 자기 자신을 가두고 삶의 의미를 잃어버린 채 방황하게 됩니다.
많은 사람들에 삶에서 이런 경험을 하게 됩니다. 특히 최선을 다해 열심히 산 사람들이 그렇습니다. 너무 열심히 하나에 집중한 나머지 자기 자신을 잃게 된 것입니다. 영화에서는 그러한 사람들을 목적 없이 떠도는 “길 잃은 영혼”, “방황하는 영혼”으로 표현하고 있습니다.(미야자키하야오 감독의 영화 센과 치히로의 행방불명의 “가오나시”와 비슷한 개념이란 생각이 듭니다.)
몰입과 강박은 자발적이라는 것과 비자발적이라는 것에 큰 차이를 보입니다. 몰입은 집중이 필요하다고 느낄 때, 또는 불필요하다고 느낄 때 제어가 가능한 자발적인 상태입니다. 하지만 강박은 목표가 우선이 되고, 그 목표가 사람을 통제하게 되는 경우입니다. 그래서 성공으로 가기 힘들뿐더러 성공한다 하더라도 공허함이나 불만족감을 더 크게 느끼게 됩니다. 몰입과 강박의 시작은 '열정'으로 동일합니다. 하지만 그 열정이 집착으로 변질되지 않도록 내면의 균형을 유지하는 것이 바람직하며 그것이 행복으로 가는 길이자 성공으로 가는 길이라 할 수 있습니다.  

태어나긴 전 세상의 '조'와 '22'의 영혼
태어나긴 전 세상의 '조'와 '22'의 영혼 [출처]로튼 토마토

'소울'을 통해 보는 몰입과 행복의 연관성

이 영화는 두 종류의 사람을 대조적으로 보여줍니다. 목표에 집착하여 삶을 놓치는 사람들과 현재에 몰두하여 작은 순간을 소중히 여기는 사람들. 
감독은 많은 사람들이 인생의 작은 기쁨을 잊고 큰 목표를 좇는다는 아쉬움에 대하여, 행복은 일상의 순간순간에 찾을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고자 했습니다. 조가 피아노를 치면서 몰입 상태에 들어가는 장면은 음악에 대한 그의 열정에 대한 것이 아니라 진정한 행복과 성취에 대한 것을 상징합니다.
많은 학자들은 이 '몰입'에 대해 연구하고 있으며, 공통적으로 "몰입은 자신의 잠재력을 깨우기 위한 올바른 방향이자, 문제 해결 능력을 향상시키고, 창의력이 증진되고, 자아를 실현시키고, 행복감을 증대시킨다"고 말합니다. 그러나 전혀 다른 뉘앙스의 단어인 '몰입'과 '행복'은 어떤 연관성이 있는 걸까요?
무아지경의 상태를 여러 번 경험한 사람들은 진정으로 살아 있다고 느낍니다. 행복은 미래에 무언가를 성취하는 것만이 아니라 현재에 온전히 존재하는 것이기 때문입니다. 다시 말해 몰입은 현재, 즉 이 순간을 살아가는 것입니다. 처음에 조는 자신의 삶의 목적이 유명한 재즈 음악가가 되는 것이라고 믿습니다. 그러나 마침내 꿈을 이룬 후 그는 공허함을 느낍니다. 그는 진정한 기쁨이 "큰 목적을 이루는 것"에 있지 않고 음악을 연주하고, 경험하고, 느끼는 바로 순간에 있다는 것을 느끼게 됩니다. 많은 사람들이 행복을 정의할 때, 외부적인 성취(성공, 명예, 재력)에서 온다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진정한 행복은 외부적인 보상과 상관없이 자신이 사랑하는 것에 몰두하는 데서 찾을 수 있습니다. 몰입은 우리가 평범한 삶 속의 아름다움을 볼 수 있게 해줍니다. 조가 낙엽, 바람 느끼기, 피자 먹기와 같은 기억을 떠올릴 때, 그는 삶 자체가 선물이라는 것을 깨닫게 되는 것처럼. 
이 영화에서 말하는 불꽃(삶의 목적)은 거창한 목적이 아니라 삶을 있는 그대로 온전히 느끼고 경험하는 것입니다. 그러니 당신이 무언가에 깊이 빠져들 때, 예를 들어 음악을 듣던, 바람을 느끼든, 일몰을 감상하든, 이것이 바로 행복이라는 것을 꼭 기억해 주세요. 또한 명상하며 마음을 수련하는 것이 현재를 온전히 느끼는 연습이 되지 않을까 생각해 봅니다. 
 
[함께 보고 싶은 영화]   
1. 라라랜드 
2. 월터의 상상은 현실이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