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센과 치히로의 행방불명"은 미야자키 하야오의 가장 사랑받는 애니메이션 영화 중 하나로 일본 아카데미상을 비롯하여 미국 아카데이 상, 베를린국제영화제(황금곰상), 뉴욕비평가 협회상(애니메이션상) 등등 상당히 많은 상을 수상한 작품입니다. 2001년 개봉 당시 전 세계적으로 일본 애니메이션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게 된 계기가 되었고, 전 세계 애니미이션 덕후는 물론 애니메이션에 관심이 없었던 이들에게도 큰 사랑을 받은 작품이기도 합니다.
원제목은 千と千尋の神隠し(센과 치히로의 가미가쿠시) 이며, 神隠し(가미카구시)란, 신의 소행으로 갑자기 사라져 버린 것을 뜻합니다. 영문 제목은 Spirited Away(유괴된)로 번역되었습니다.
'센과 치히로의 행방불명' 줄거리
이사 가는 날, 치히로와 그녀의 부모님은 수상한 터널을 지나게 됩니다. 그러다 우연히 버려진 유원지에 도착하게 되는데, 빈 유원지 식당에 잘 차려진 음식들. 그것이 수상할 만도 한데, 치히로의 엄마와 아빠는 걸신들린 듯 그 음식들을 허겁지겁 먹습니다. 그렇게 치히로의 엄마와 아빠는 돼지로 변해버립니다. 돼지로 변한 채 멈추지 않고 음식을 먹고 있는 치히로의 부모님, 치히로는 부모님을 구해야만 합니다.
부모님을 신의 저주로부터 해방시킬 방법을 찾기 위해 치히로는 각종 신들이 쉬다가는 거대한 온천에서 정체를 숨기고 일을 하게 됩니다. 그 온천의 주인은 '유바바', 그녀는 치히로를 통제하기 위해 그녀의 이름을 훔칩니다. 그리고 치히로는 '센'이라는 새 이름으로 불리게 됩니다. (제목만으로는 "센'과 치히로' 2명이 행방불명 되었다고 생각할 수 있지만, 센과 치히로는 동일 인물이라는 것!)
유바바의 온천 여관에서 일하게 된 치히로, 그곳에서 치히로는 '가오나시(얼굴이 없음)'를 비롯한 수많은 영혼(신)들을 만나게 됩니다. 그리고 그곳에서 만난 많은 영혼들, 온천장 동료들과 도움을 주고받으며 사건을 해결하며 성장하게 되고, 결국 무사히 이름을 되찾아 부모님을 구해 집으로 돌아가게 됩니다.
'센과 치히로의 행방불명' 캐릭터와 상징적 의미
(1)치히로 : '센과 치히로의 행방불명'의 주인공은 10살짜리 소녀 치히로입니다. 그녀는 부모가 돼지로 변한 후 영혼이 가득한 수상한 온천 여관에 가게 됩니다. 처음에는 소심하고 두려움이 많았던 치히로는 용감하고 결단력 있는 소녀로 성장하게 됩니다.
자아 발견과 내면의 힘에 대한 영화의 핵심 메세지를 전달하는 인물입니다.
(2)하쿠 : 가장 상징적인 캐릭터 중 하나는 치히로가 영혼의 세계에서 적응하도록 돕는 아름다운 소년 하쿠입니다.
하쿠는 현대 사회에서 잊혀진 전통과 자연의 상실을 상징하는 강의 정령입니다.
(3)유바바: 거대한 온천 여관을 운영하는 탐욕스러운 마녀 유바바는 자본주의의 타락한 영향력을 상징하고,
(4)제니바 : 그녀의 쌍둥이 여동생 제니바는 친절과 평등, 균형을 상징합니다.
(5)온천 여관 : 그 자체로도 하나의 캐릭터라도 할 수 있는 온천 여관이 의미하는 것은 물질 만능 주의이며, 영혼들이 사치에 유혹되지만 자본주의의 규칙에 따라야 하는 사회의 전형을 나타냅니다.
(6)온천의 직원들 : 그리고 일에만 몰두하고, 돈(금)을 쫒고 있는 온천 여관의 직원들 역시 현대인의 모습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7)린: 그렇다면 치히로를 돕는 또 다른 인물 '린'은 무엇을 상징할까요? 이름을 빼앗기고 일에만(돈에만) 몰두하는 다른 직원들과는 달리 린은 돈을 모아 바닷가 마을에 가서 살겠다는 작은 꿈을 가지고 있습니다.
(8)가오나시 : ?
이름을 잊지 않으려 노력하며 부모님을 구할 방법을 찾는 치히로, 작은 꿈을 몰래 간직하고 있는 린, 그리고 기억 속에서 사라진 본인의 과거와 진짜 이름을 기억해내려고 부단히 노력하는 하쿠. 그들에게는 공통점이 있습니다. 바로 꿈이 있다는 것입니다. 꿈이 있다면 어떤 상황에 처하게 되더라도 정체성을 지킬 수 있습니다. 정체성은 곧 내 이름이고, 내 얼굴입니다. 즉 치히로가 온천에서 만난 가오나시는 현대사회에 적응하지 못하는 그런 누군가를 상징하는 것은 아닐까요? 모든 것을 잃은 상태, 이름도 잃고 꿈도 잃어 아무것도 가지지 못한 상태, 그래서 삶의 목적을 잃은 떠돌이 상태를 얼굴이 없는 것으로 은유적으로 표현한 것이라 생각됩니다.
그러나 가오나시는 주변 사람들의 욕망과 행동을 모방하는 외롭고 얼굴 없는 영혼으로 시작하여, 결국 온천직원들의 탐욕과 물질주의를 흡수하게 되고 결국 무시무시하고 거대한 괴물이 됩니다. 이것은 자아가 통합되지 않으면 파괴적인 방식으로 나타날 수 있다는 생각을 반영하는 것이겠지요. 그런 가오나시 앞에 처음 만난 영혼에게도 친절함을 베푸는 치히로는 어떤 존재였을까요? 치히로의 친절은 그가 진정되도록 돕고, 자아를 통합하여 치유될 수 있음을 보여줍니다. 우리 모두가 가오나시 캐릭터를 사랑하고 깊이 공감하는 것은 어쩌면 점점 자아를 잃어가고 있는 현대인의 모습. 어쩌면 나 자신과 같다고 생각이 들어서가 아닐까요?
정체성 상실과 정체성을 회복하는 힘
온천 여관 주인인 유바바는 치히로와 계약서를 작성하는 과정에서 그녀의 이름을 빼앗고 이름을 '센'으로 바꾸게 합니다. 이름을 빼앗긴다는 것은 자신의 정체성과 자율성을 잃는 것을 상징하며, 개인이 진정한 자아와 단절될 수 있는 상황을 은유적으로 보여주고 있습니다. 그 후, 치히로가 자신의 진짜 이름과 정체성을 기억하기 위해 외부의 압박 속에서도 진정한 자아를 회복하려 애쓰는 모습을 볼 수 있는데, 이 모습은 순응을 요구하는 문화적, 사회적 또는 기업적 환경에서의 개인이 삶에서 의미와 진정성을 찾기 위해 노력하는 모습과 닮아 있습니다.
영화 전반에 걸쳐 치히로의 친절함은 그녀가 적대적인 세상을 헤쳐나갈 수 있는 핵심이 됩니다. 또한 치히로와 하쿠의 유대감과 다양한 영혼에 대한 그녀의 친절한 행동은 긍정적인 관계가 어떻게 어려운 시기에 힘이 될 수 있는지 보여주며, 치히로가 자신의 안전을 걸고서라도 다른 사람을 돕고자 하는 태도 역시 그녀의 성장과 궁극적인 목표 달성으로 결과가 이어집니다. 여기에서 미야자키는 정체성을 회복하는 힘, 그리고 역경을 극복하는 데 있어 연민, 공감, 연대의 중요성을 강조하고 있는 듯합니다.
영화의 전반부와 후반부를 따로 떼어 보면 치히로의 표정과 태도에 확연히 차이가 보입니다. 꼭 비교하며 감상하시길 바랍니다.
'센과 치히로의 행방불명' 속 온천 여관의 모티브가 된 실제 온천
이 애니메이션에서 주목할 부분 중 하나는 전통적인 일본식 건축과 문화에서 영감을 받은 온천의 세부적이고 상상력이 풍부한 외부, 내부 묘사입니다. 온천의 모티브가 된 실제 온천은 일본 에히메현에 있는 에도 시대의 온천 여관인 '도고 온천'이라는 설, 그리고 야마가타현의 북동부 지역에 위치한 ‘긴잔 온천’이라는 설이 있는데, 개인적인 생각으로는 '긴잔 온천'쪽에 더 가깝지 않나 하는 생각이 들지만, 에도 시대에 만들어진 건축물이 거의 동일한 형식의 목조 건축이기 때문에 어느 쪽도 맞다는 생각이 듭니다.
어쨌든 미야자키와 그의 제작진은 실제적인 느낌의 배경을 만들기 위해 전통적인 일본식 온천의 건축과 분위기를 그대로 화면에 구현했습니다. CG가 애니메이션 업계 표준이 되어가고 있는 상황에서도 손으로 그린 애니메이션 기술에 대한 미야자키의 고집스러움이 빛을 발한 예술적 가치 역시 높은 작품이라고 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기억에 남은 명대사]
이름을 빼앗기면 돌아갈 길을 잊어버리게 되는 거야.